경주 양남주상절리군
 
1. 용암이 만들어낸 양남주상절리군
이 육각 기둥들이 자연석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돌 중에서도 어떻게 생겨난 돌일까? 사실 돌은 작은 돌맹이들이나 가루가 쌓이고 다져져 만들어지기도 하고, 원래 있던 돌이 짜부러지고 변형되어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뜨거운 열에 녹아버렸다가 굳어지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중에서 양남의 주상절리들은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돌에 해당한다.
그것은 곧, 이곳의 아름다운 주상절리들이 생겨날 당시에는 이곳이 1000도에 가까운 용암이 들끓는 불 지옥 같은 곳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파도가 철썩이는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1) 어떻게 육각형이 만들어질까?
그렇다면 용암이 식어서 만들어졌다는 주상절리는 왜 육각형 모양을 가지는 것일까?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주상절리의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사실, 주상절리가 모두 육각형은 아니고, 5각형에서 8각형까지 다각형의 모양을 가진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아직 뜨거워서 붉게 보이는 용암 위로 식어버려 검게 변한 껍데기 부분을 볼 수 있다. 이 검은 껍데기를 보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진 것처럼 갈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갈라진 틈의 모양이 뚜렷해 지면서 5각형에서 6~8각형의 형태를 보이게 된다.
왜 검은 껍데기가 갈라지는지, 그리고 육각형이 어떻게 생기는지 조금 더 생각해 보자. 뜨거운 풍선은 팽팽하고 크다. 하지만 풍선 안의 공기가 식으면 쪼그라든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사실, 이것은 물이나 다른 액체, 용암에서까지도 똑같다. 결국, 용암이 식은 검은 껍데기는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물이나 물처럼 묽은 액체가 식을 때는 A와 같이 풍선이 그대로 식듯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돌이 녹은 용암은 훨씬 뻑뻑하고 꾸덕꾸덕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는다. 식어서 줄어들어야겠는데, 뻑뻑하면 어떻게 될까? 말라버린 면발을 당길 때와 같이 끊어져 버린다. 즉, 쪼개져버린다. 그러니까 제각각의 방향으로 쪼그라들다 보니까 B와 같이 갈라지게 된다. B는 일부분이고, B와 같은 부분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정확하게는 C와 같이, 적어도 5~8각형 형태로 갈라진 모습이 될 것이다.
 
 
2) 어떻게 기둥이 되었을까?
주상절리가 왜 직선의 기둥모양이 되는가에 대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용암이 식으면 갈라진다고 했는데, 용암보다 차가운 공기에 닿는 윗부분도 식지만, 차가운 땅에 닿는 부분도 식어서 마찬가지로 갈라지게 된다. 양면에서 갈라지기 시작한 틈은 용암이 식을수록 점점 양면에서 안쪽으로 갈라져 들어가게 된다. 결국 옆에서 보면, 위에서 갈라져 내려온 틈과 밑에서 갈라져 올라간 틈에 의해서 기둥 모양의 길쭉한 틈이 만들어지게 된다. 양면이 모두 차갑게 식지 않는 경우에는 가장 차가운 표면 (또는 벽면)에서부터 덜 뜨거운 곳으로 쪼개짐이 이어진다.
 
 
 
 
2. 부채꼴 주상절리
여러 가지 형태의 주상절리들로 이루어진 양남 주상절리군 중 가장 유명하고 압도적인 경관을 보이는 주상절리는 바로 부채꼴 주상절리이다. 이 부채꼴 주상절리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몇 가지 유력한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다음 두 가지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1) 용암 연못이 식은 흔적?
둥근 연못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둥글게 배열된 주상절리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채꼴 형태의 주상절리는 둥근 구덩이에 고인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벽면이 둥글기 때문에 용암은 둥글게 고이게 되고, 위에서 설명한데로 차가운 벽면에 닿은 용암의 표면에서부터 육각형의 형태를 남기면서 금이 가게 된다. 둥근 벽면쪽에서 식어서 갈라지기 시작한 틈은 용암이 계속 식어가면서 원의 중심부를 향해 계속 갈라진다. 한편 둥근 연못으로 용암을 흘려보낸 용암길에서 식은 용암의 흔적도 볼 수 있는데, 부채꼴 주상절리 오른편에 길게 누운 주상절리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누워 있는 주상절리들은 용암 수로 양 벽면에서부터 갈라져 들어왔기 때문에 누워 있는 형태의 기둥이 된다.
 
 
2) 용암연못이 식은 흔적?
사실 다른 환경에서도 방사형 주상절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에는 둥근 분화구를 둥근 주상절리와 연결해 보자. 이곳이 화산 정상부처럼 둥근 분화구와 같았다면, 분화구를 통해서 용암이 솟아나왔을 것이다. 물론 한라산처럼 높은 화산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분화구의 둥근 통로면에서부터 식어들어간 용암은 마찬가지로 둥글게 배치된 주상절리의 모양을 가질 수 있다. 방사형 주상절리 왼쪽의 누워 있는 주상절리는 옆 그림과 같이 분화구가 뚫릴 때 주변에 금이 간 곳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용암은 이 금을 따라서도 올라왔을 텐데, 이 용암은 양옆 벽에서부터 식어 들어가기 때문에 누운 형태가 된다.
 
 
 
 
3. 누워있는 주상절리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파도소리 길을 거닐다 보면 마치 연필을 가지런히 놓아둔 것같이 누워 있는 형태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상절리는 도심 속 마천루처럼 우뚝 솟아 그들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누워 있는 주상절리도 원래는 땅을 딛고 서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곳의 주상절리들은 어떻게 다른 곳의 주상절리들과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되었던 것일까?
지질학적 사건은 넓은 지역에 걸쳐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만약, 이곳에 있는 주상절리가 원래는 서 있었는데 어떤 지질학적 사건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면, 일대에서 관찰되는 모든 주상절리도 이와 같이 누워 있는 형태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곳 양남 파도소리 길에서는 다양한 자세를 보이는 주상절리들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누워 있는 주상절리는 이들이 만들어 질 때부터 누워 있는 형태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주상절리들은 용암이 흘렀던 당시 더 빠르게 식었던 방향을 따라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이곳의 주상절리들은 특이하게도 가로 방향으로 주된 냉각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도대체 어떤 요인이 이들을 이토록 편안히 누워 있게 할 수 있었을까?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용암은 1000℃ 정도의 매우 높은 온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용암이 지표로 분출되어 흐르다 굳어진 암석이 화산암인데, 그렇다면 분출 당시의 지형이 화산암의 주된 냉각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1) 계곡을 채우며 흘렀던 용암
일반적으로 지하에서 만들어진 뜨거운 용암이 지표로 분출되면 용암의 윗부분은 그때의 대기와 접하고, 아랫부분은 당시의 지형과 만나게 된다. 이때, 공기와 닿는 부분도 비교적 빠르게 식게 되지만, 보다 차가운 지형과 접하는 부분은 훨씬 더 빨리 냉각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가로 방향의 주상절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만약, 용암이 이전에 만들어져 있던 계곡 형태의 지형을 따라 흘렀다면 용암의 공기와 만나는 부분과 계곡과 닿는 부분에서 냉각이 일어난다. 이때, 용암은 공기보다는 당시의 지형과 맞닿은 부분을 훨씬 더 차갑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결국 상대적으로 더욱 빨리 식게 된 계곡의 양쪽 측면을 따라서 더욱 빠른 냉각이 일어났을 것이다.
뜨거운 용암은 빠르게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게 된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냉각이 시작된 용암의 표면은 마치 벌집 같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해서 냉각이 진행되어 표면에 갈라진 틈들이 아직은 뜨겁던 용암의 내부로 이어지게 되면서, 가로 방향이 우세한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만들어졌다.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며 식은 마그마는 언제부턴가 지금과 같이 차가운 바위가 되었을 것이다. 이후 이 암석은 아주 긴 기간 동안 자연과 파도가 어루만지는 대로 부서지고 깎여 주상절리의 기둥 사이 틈들이 점점 벌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계곡보다 높은 곳에 만들어져 있던 암석들이 사라지면서 계곡에서 만들어진 가로 방향의 주상절리가 드러났고, 우리는 현재 이곳에서 누워있는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2) 틈을 따라 올라온 용암
뜨거운 용암은 무엇을 따라 지표로 올라오는 것일까? 아무리 뜨거운 용암이라도 지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용암은 만들어지는 곳과 지표, 그 사이 어느 곳에서 굳게 된다. 따라서, 화산암은 기본적으로 지하에서 지표로 빠르게 분출되어야 형성될 수 있다. 마치,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처럼, 용암도 만들어진 곳에서부터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로를 따라 지표까지 빠르게 올라올 수 있다. 지하에 만들어진 틈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곳 양남 파도소리길 일대에서 주상절리를 가지고 있는 암석은 약 2천만 년 전 분출한 현무암이다. 그 시기는 동해가 확장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데, 이것은 당시의 이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각에는 수직 방향의 많은 틈이 형성되었고, 지하에서 만들어진 뜨거운 용암은 이러한 틈을 따라서 지표로 분출할 수 있었다 이때, 용암은 올라오면서 점점 더 차가운 지각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일어나는 냉각 과정 역시 차가운 벽면을 따라서 우세하게 일어났을 것이다.
먼저, 차가운 벽면과 접하는 용암이 냉각되어 오각형에서 팔각형을 가지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해서 용암이 식으면서 양쪽 수직 벽면에 수평한 방향으로 틈이 연장되면서 거의 중앙부에서 틈들이 만나게 되어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처럼 가로 방향의 주상절리는 지표로 분출되어 계곡에서 냉각되지 않더라도 지하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4. 기울어진 주상절리
이곳 양남 주상절리군에는 다양한 형태를 가진 주상절리들이 파도소리 길을 장식하고 있으며, 특히 기울어진 형태를 보이는 주상절리가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로 방향의 주상절리와 조금 전 살펴본 가로 방향으로 누워 있는 주상절리와는 조금 다른 형태인데, 무엇이 이들을 우뚝 서있기 힘든 듯 서로 기대어 기울어진 형태를 가지게 하였을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방향은 용암이 지표를 흘렀던 당시의 지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관찰되는 기울어진 주상절리는 어떤 지형이 만들어낸 작품인가? 기울어진 주상절리 역시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데,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과정을 잘 살펴보다 보면 우리는 보다 쉽게 이들이 만들어진 과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1) 기울어진 땅위를 흘렀던 용암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 중 한 가지는 지하에서 분출한 뜨거운 용암이 당시의 경사져 있던 땅을 흘렀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무암질 용암은 온도가 매우 높고, 높은 온도 때문에 낮은 점성을 가진다. 이런 용암이 비스듬한 땅 위로 분출되면 마치 지붕을 쓸며 내려오는 빗물과 같이 아래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기울어진 지표면을 따라 아래로 흐르는 용암은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로는 공기와 접하고 아래로는 땅바닥과 만난다. 이때, 용암은 빠른 속도로 비스듬하게 표면부터 내부로 식어 들어가면서 스스로 몸집을 움츠려 용암의 피부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이러한 표면의 균열들이 계속된 냉각으로 내부로 이어지면서 국수가락과 같은 주상절리가 만들어졌다.
 
2) 기울어진 틈을 따라 올라온 용암
기울어져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주상절리들은 앞에서 살펴본 지하에서 만들어진 가로 방향 주상절리와 같이 지하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여러 가지 지질학적 사건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하의 틈은 다양한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고, 용암은 종종 이런 틈들을 따라 빠른 속도로 지표에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뜨거운 용암이 지표로 올라오는 길 중에 비스듬한 길이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올라오는 뜨거운 용암이 비스듬한 길의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차가운 벽면을 만나게 되면 그 접촉부에서는 앞의 경우처럼 빠르게 온도가 떨어지면서 수축한다. 접촉부에서 내부로 작은 틈들이 이어지면서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5. 위로 솟은 주상절리
하서항 쪽 양남 주상절리군의 끝자락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모양의 서있는 주상절리도 볼 수 있다. 제주도 중문의 주상절리를 보며 느끼게 되는 웅장한 자연의 힘과 신비로움을 아마 이곳에서도 느길 수 있을 것이다.
 
1) 땅 위로 흘렀던 용암
서 있는 모양인 제주도의 주상절리와 동일한 형성 이유로, 땅위로 분출해 흘러가던 용암이 식으면 아래 그림과 같이 서 있는 형태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주상절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시 살펴 보면, 용암이 차가운 공기에 닿아 식는 부분과 차가운 땅에 닿아 식는 부분에서 다각형의 모양으로 갈라지게 되고, 차가운 공기에 닿은 윗부분의 갈라짐과 차가운 땅에 닿은 아랫부분의 갈라짐이 이어져 기둥 모양이 만들어지게 된다.
 
2) 땅 속에서 수평하게 흘렀던 용암
마치 평평한 땅속 터널과 같이 평평한 땅속 틈을 따라 흘렀던 용암이 식어도 마찬가지로 바로 선 모양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때 앞선 예와는 달리 용암 윗부분은 공기가 아닌 용암 윗부분의 땅 (터널 지붕)과 닿아 식어 갈라지게 된다. 이렇게 주상절리가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 터널 지붕이 비바람에 깎여 나가면 바로선 모양의 주상절리가 드러나게 된다.
 
6. 종합
 
① 용암이 계곡을 채우며 흘렀거나, 지하에 수직으로 생겨난 틈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굳은 경우
② 용암이 경사진 땅 위를 흘렀거나, 지하에서 비스듬한 틈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굳은 경우
③ 용암이 평평한 땅 위를 흘렀거나, 지하에서 수평으로 생겨난 틈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굳은 경우
④ 용암이 연못처럼 고인 곳에서 굳었거나, 분화구의 통로에서 움직이다가 굳은 경우
 
양남 주상절리군의 입구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부채꼴 주상절리가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운이 좋게도 읍천항에서 하서항으로 걸어가면(경로 ④→①), 부채꼴 주상절리의 복합적인 형성원리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주상절리들을 관찰할 수 있고, 하서항에서 읍천항으로 걸어가면(경로 ), 가장 단순한 형태의 주상절리부터 차근차근 부채꼴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신비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